20250526 [재접근기]
우주는 지독한 재접근기를 지나고 있다. 하루의 쪽쪽이와 분유를 빼앗아 물고 밀치기도 한다. 쉴 틈 없이 '아빠 안아'를 외치다가도 혼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아빠, 저리 가.' '하지 마.'를 외친다. 재접근기는 인생 첫 사춘기란다. 부모와 독립된 개체로 능동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서도 부모의 애정을 넘치도록 갈구한다. 연년생 동생이 있어 더욱 그렇다. 신경 써서 동생보다 더 챙겨주고 있지만, 우주의 입장에서 혼자일 때와 비교할 수 없으리라. 하루의 기어 다니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주 가는 곳마다 하루가 따라간다. 우주는 나란히 있는 하루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좋은 감정보다는 불쾌한 감정이 더 많으리라. 샘이 날 것도 같다. 우주가 하루를 때릴 때 나도 모르게 욱해서 소리를 질러버리지만 일단은 최대한 우주가 하고 싶은 걸 해주려 노력한다. 감정의 결이 언젠가 하루를 품을 만큼 부드러워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날씨의 변덕이 심해서 이제야 겨울 옷을 정리했다. 여름옷이 가득 담긴 리빙박스에서 반팔 반바지를 하나하나 꺼내어가며 분류했다. 우주가 다가왔다. 리빙박스에 관심을 갖는다. 나는 우주에게 물었다. "우주가 아빠 도와줄래?" 우주는 알았다고 했다. "우주가 안에 있는 옷 꺼내서 아빠한테 줘." 우주는 옷을 하나씩 꺼내어 나에게 건넨다. 물론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옷을 내팽개치는 수준이었지만 우주에게 고맙다고 했다. 우주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내 팔을 온몸으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내게 이야기했다. "아이 예뻐." 나는 눈물이 핑 돌만큼 웃었다.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오늘 하루가 또 너의 한마디에 행복으로 채워지다 못해 넘쳐버렸다.
아이들의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어제는 햇살 가득한 야외에서 싱긋 웃는 하루의 얼굴을 마주하며 눈동자에 맺힌 나를 보았다. 오늘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가 우주와 한참 눈을 마주했다. 우주의 눈이 깊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눈동자 가득 나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아버지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의 눈에 담긴 나의 모습이 꽤 오랫동안 슈퍼맨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