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7 [개미]
개미를 관찰한다. 나무뿌리 사이 작은 구멍에서 나온 개미들이 줄지어 이동한다. 개미들은 흙길을 이차선 도로마냥 가지런히 왕래한다. 두 뼘 남짓한 거리를 오가다가 나무 데크 아래로 사라진다. 우주는 개미들보다 분주한 시선으로 개미를 좇는다. "여기가 개미집이야." 개미굴의 입구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우주는 개미집? 이거 뭐야? 개미집? 질문을 연발한다. 집 앞 나무 데크에는 10그루 남짓의 나무가 있다. 나는 그중 하나를 겨우내 지켜보았다. 혹이 많은 나무였다. 나무를 보고 있으면 할머니 눈썹 위쪽에 손톱만 하게 튀어나와 있던 점이 떠올랐다. 그런 혹이 기둥을 따라 여러 개 이어졌다. 하지만 그게 그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니었다. 작년 여름, 우주와 매일같이 산책을 했다. 하루가 태어나기 전후로 우주와 둘만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데, 아직 우주가 잘 걷지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우주는 항상 아기띠에 매달려 있었다. 우주를 안고 다니면서 우주의 손으로 많은 것들을 만지게 해 주었다. 아파트 울타리를 따라 무성하게 자라있는 풀잎들과 내 시선정도의 높이에 닿는 나뭇잎들,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는 거리의 돌들과 솔방울 대리석으로 된 벽과 놀이터의 차가운 쇠기둥 같은 것들이 우주의 손으로 어루만져졌다. 혹이 난 나무도 마찬가지였다. 나무껍질을 손으로 느껴보는 중에 나무를 타고 오르는 개미를 발견했다. 개미들은 나무뿌리 쪽에서부터 내 시선이 닿지 않는 나무 위까지 분주하게 오갔다. 당시 우주는 개미에 집중하지 못하는 개월수였고, 나는 우주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즈음에 다시금 개미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성큼 겨울이 되었고, 개미들은 자취를 감췄다. 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우주는 걷고 뛰며 길 위의 낙엽이나 돌을 모으고 다닌다. 손에 쥐고 싶은 돌이 손보다 많아지면 아빠가 들으라며 돌을 쥐어주곤 한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종종 그 나무를 지났다. 날이 풀려도 보이지 한동안 않았었는데, 오늘에서야 개미들이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나무 앞에 쭈그려 앉아 개미를 관찰한다. 우주는 주변에 자기 손가락만큼 파인 흙이 보이면 이거 개미집이야 하며 내게 알려주었다. 나는 그게 개미집이 아니란 걸 알지만 우와 개미집이네 하며 맞장구를 쳤다. 제 몸보다 큰 식량을 옮기는 개미도 마주했다. 두 손 가득 돌멩이를 쥔 우주처럼 느껴져서 유심히 바라보았다. "내일 또 개미랑 인사하러 오자." 개미에게 손을 흔들고 짧은 아침 산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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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이들은 엘리베이터의 광고 영상을 유심히 바라본다. 짧은 시간동안 늘 나오던 광고들이 스쳐 지나갔다. 햄버거 광고가 끝나가는데 우주가 이야기했다. 저거 사줘. 저거 사줘. 사소하지만 우주의 세상이 넓어지는 모습이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