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2 20250612 목 [휘발성 순간] 어제는 종일 강의를 했다. 오전엔 작업실에서 공모전을 준비하는 수강생 두 분과 대형 작품 만드는 수업을 했다. 이제 제출이 임박한 시기라 시간은 쫓기는데 실질적인 연습을 얼마 하지 못해서 초조한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큰 사이즈의 작업을 하는 수강생분은 바닥에 화선지를 깔아 두고 작품을 만들었고,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작업을 하시는 수강생분은 책상 위에서 글씨를 적었다. 같은 문구를 여러 번 적어다나 가며 도안을 수정하고 글씨를 다듬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수강생들의 작품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내 초조함은 욕심으로 바뀌었고, 다음 주에 수업을 한 번 더 당겨서 진행하고 공모전에 제출하는 게 어떠냐 제안을 드렸다. 오후엔 청년센터에 강의를 하러 나갔다. 캘리그라피와 독립출판에 대해 복합적으.. 2025. 6. 12. [입고도서]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입고도서]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 무언가를 내것으로 만들려면 괴롭혀야 한다. 신발을 신고 온종일 깔아 뭉게고,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씹어먹고, 스마트폰을 열심히 두드리고, 펜을 종이 위에 정성껏 눌러 담는다. 그제서야 물건들은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나는 그런식으로 나의 하루를 끄적거리며 내것으로 만든다. - 어릴 땐 닳는게 아쉬웠다. 선물받은 과자들은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었고, 예쁜 펜들은 가지런히 모아두고 구경만 했다. 선물받은 옷은 살이 잔뜩 찐 뒤에 입지도 못하고 옷장에 처박혔고, 그렇게 소중했던 물건들은 대게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떠나갔다. - 아직 그 습관을 다 버리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닳는 것에 꽤 만족감을 느낀다. 그것이 낡음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고 나의 자취임을 안다.. 2021. 11.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