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1 [입고도서]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입고도서]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 무언가를 내것으로 만들려면 괴롭혀야 한다. 신발을 신고 온종일 깔아 뭉게고,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씹어먹고, 스마트폰을 열심히 두드리고, 펜을 종이 위에 정성껏 눌러 담는다. 그제서야 물건들은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나는 그런식으로 나의 하루를 끄적거리며 내것으로 만든다. - 어릴 땐 닳는게 아쉬웠다. 선물받은 과자들은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었고, 예쁜 펜들은 가지런히 모아두고 구경만 했다. 선물받은 옷은 살이 잔뜩 찐 뒤에 입지도 못하고 옷장에 처박혔고, 그렇게 소중했던 물건들은 대게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떠나갔다. - 아직 그 습관을 다 버리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닳는 것에 꽤 만족감을 느낀다. 그것이 낡음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고 나의 자취임을 안다.. 2021. 11.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