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17 20250612 목 [단어 수집]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란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그런 말들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 체감되지 않는 언어였다. 내가 어릴 때 집에서 받아온 가정교육은 뭐였지? 형과 싸우지 않는 것? 게임 좀 그만하라는 이야기? 편식하지 않기, 어른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기, 뭐 그런 것들이겠지 싶었다. 우주는 요즘 소리를 수집한다. 길 가다 들리는 포크레인 후진 소리를 '삐-삐-삐-삐-' 따라 하고, 자동차의 시동 소리를 '부릉부릉' 묘사한다. 새들이 지저귀면 '짹짹' 소리를 흉내 내고, 하루가 '떼떼떼떼' 옹알이를 하면 '하루가 떼떼떼떼 했어'라고 알려준다. 소리를 모으는 일은 어느덧 단어를 모으는 일로 성장해 간다. 저녁 식사 후에 산책을 계획했다. "다 먹고 산책 나가자?" 이야기하니, 우주는 말한다. "이거 먹고.. 2025. 6. 12. 20250527 [개미] 개미를 관찰한다. 나무뿌리 사이 작은 구멍에서 나온 개미들이 줄지어 이동한다. 개미들은 흙길을 이차선 도로마냥 가지런히 왕래한다. 두 뼘 남짓한 거리를 오가다가 나무 데크 아래로 사라진다. 우주는 개미들보다 분주한 시선으로 개미를 좇는다. "여기가 개미집이야." 개미굴의 입구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우주는 개미집? 이거 뭐야? 개미집? 질문을 연발한다. 집 앞 나무 데크에는 10그루 남짓의 나무가 있다. 나는 그중 하나를 겨우내 지켜보았다. 혹이 많은 나무였다. 나무를 보고 있으면 할머니 눈썹 위쪽에 손톱만 하게 튀어나와 있던 점이 떠올랐다. 그런 혹이 기둥을 따라 여러 개 이어졌다. 하지만 그게 그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니었다. 작년 여름, 우주와 매일같이 산책을 했다. 하루가 태어나기 전후로.. 2025. 5. 28. 20250526 [재접근기] 우주는 지독한 재접근기를 지나고 있다. 하루의 쪽쪽이와 분유를 빼앗아 물고 밀치기도 한다. 쉴 틈 없이 '아빠 안아'를 외치다가도 혼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아빠, 저리 가.' '하지 마.'를 외친다. 재접근기는 인생 첫 사춘기란다. 부모와 독립된 개체로 능동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서도 부모의 애정을 넘치도록 갈구한다. 연년생 동생이 있어 더욱 그렇다. 신경 써서 동생보다 더 챙겨주고 있지만, 우주의 입장에서 혼자일 때와 비교할 수 없으리라. 하루의 기어 다니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주 가는 곳마다 하루가 따라간다. 우주는 나란히 있는 하루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좋은 감정보다는 불쾌한 감정이 더 많으리라. 샘이 날 것도 같다. 우주가 하루를 때릴 때 나도 모르게 욱해서 소리를 질러버리지만 일단은 .. 2025. 5. 26. 20250525 [이름] 일과를 마치고 우주를 카시트에 앉히며 이야기한다. "우주야 집에 가서 저녁 맛있는 거 먹자~?" 우주가 답한다. "짜요?" "짜요? 알았어 ㅎㅎ. 맛있는 거 먹고 우주 하고 싶은 거 하고 놀자~?" 우주가 다시 답한다. "쪼쪼기?" "ㅋㅋ 쪽쪽이가 제일 하고 싶어?" "응, 쪼쪼기" 나는 우주를 카시트에 앉히다 말고 크게 웃는다. 돌이켜보면 말이 참 많아졌다. 아이를 키우며 부쩍 말을 많이 한다. 뜻 모를 옹알이를 따라 하기도 하고, 사소한 풍경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당연스럽게 지나쳤던 일상의 것들을 설명하고, 이거 모야? 우주의 질문에 열심히 답을 한다. "이따가 맛있는 거 먹자." "집에 가서 아빠랑 신나게 놀자." 이런 이야기들도 대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말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에 답이 달리기 시.. 2025. 5. 25. 20250520 화 [조퇴]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5. 5. 21. 20250413 일 [체력]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5. 4. 1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