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마치고 우주를 카시트에 앉히며 이야기한다.
"우주야 집에 가서 저녁 맛있는 거 먹자~?"
우주가 답한다.
"짜요?"
"짜요? 알았어 ㅎㅎ. 맛있는 거 먹고 우주 하고 싶은 거 하고 놀자~?"
우주가 다시 답한다.
"쪼쪼기?"
"ㅋㅋ 쪽쪽이가 제일 하고 싶어?"
"응, 쪼쪼기"
나는 우주를 카시트에 앉히다 말고 크게 웃는다.
돌이켜보면 말이 참 많아졌다. 아이를 키우며 부쩍 말을 많이 한다. 뜻 모를 옹알이를 따라 하기도 하고, 사소한 풍경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당연스럽게 지나쳤던 일상의 것들을 설명하고, 이거 모야? 우주의 질문에 열심히 답을 한다.
"이따가 맛있는 거 먹자."
"집에 가서 아빠랑 신나게 놀자."
이런 이야기들도 대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말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에 답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주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 몸짓 하나에 행복을 느낀다. 평범하게 둘러싸여 있던 일상들이 우주를 통해 기쁨으로 꿈틀댄다. 길을 걷다 보이는 새 한 마리, 버스 한 대, 강아지, 풍선, 포크레인 하나에 우주를 떠올리고 웃고 만다. 세상 모든 것들이 이름을 가졌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문득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로 인해 나의 우주가 바뀌었고, 하루로 인해 나의 하루가 바뀌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떠올린다. 나는 나를 둘러싼 평범함과 익숙함에게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했다. 이런 날들이 제법 근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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