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친구 겨울이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포옹을 했다.
서로를 안아주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우주는 긴장한 듯 어색한 자세로 포옹을 받았다.
엉덩이는 살짝 뒤로 빼고, 손은 레고처럼 굳어있었다.
포옹이 끝난 후에야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는데
그 순간이 자꾸만 뇌리에 남았다.
하루가 지나고 우주와 함께 버스에 탔다.
우주는 고속버스 맨 앞에 아기띠를 하고 내게 안겨있었다.
평소 카시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버스 문이 열리고 탑승하는 사람들도 열심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그 순간이 또 떠올랐다.
나는 우주에게 물었다.
"우주야, 어제 겨울이가 우주 안아줬지?"
"아나줘써~"
"겨울이가 안아줘서 좋았어?"
"조아써~"
기대했던 대답을 듣고 만족하고 있었는데 우주가 말을 이어갔다.
"사랑해~"
나는 또 한 번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갔다.
우주는 어느덧 애정의 단어를 연결시키고 있었다.
우주가 알 것 같은 사랑의 단어들을 떠올려보았다.
좋아해, 사랑해, 뽀뽀, 안아, 우주꺼, 아빠, 엄마, 할미, 하부지.
그런 말들은 나를 포근하게 만든다.
일상적인 말들에게 이런 기능이 있을 줄이야!
우주의 언어가 더 많은 애정을 품을 수 있도록 많은 단어들을 건네주어야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얻는 애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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