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란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그런 말들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 체감되지 않는 언어였다. 내가 어릴 때 집에서 받아온 가정교육은 뭐였지? 형과 싸우지 않는 것? 게임 좀 그만하라는 이야기? 편식하지 않기, 어른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기, 뭐 그런 것들이겠지 싶었다.
우주는 요즘 소리를 수집한다. 길 가다 들리는 포크레인 후진 소리를 '삐-삐-삐-삐-' 따라 하고, 자동차의 시동 소리를 '부릉부릉' 묘사한다. 새들이 지저귀면 '짹짹' 소리를 흉내 내고, 하루가 '떼떼떼떼' 옹알이를 하면 '하루가 떼떼떼떼 했어'라고 알려준다. 소리를 모으는 일은 어느덧 단어를 모으는 일로 성장해 간다. 저녁 식사 후에 산책을 계획했다. "다 먹고 산책 나가자?" 이야기하니, 우주는 말한다. "이거 먹고~." 우주와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내게 말한다. "아빠 조아, 아빠 이거 해." 우주는 애착 베개를 내게 건넸다. 아내가 망고에게 혼이라도 내려면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말한다. "엄마, 하지 마!" 우주의 언어들은 돌아보면 모두 우리의 언어다. 부모의 언어와 선생님의 언어와 우주 주변의 단어들이 모두 머릿속으로 스몄다가 가공되어 나온다. 어젠 산책을 돌다가 앞에 가는 누나가 말한 단어를 그대로 따라 했다. "누나가 ㅇㅇ했어." 하고 말이다.
가정교육이라는 건 학교 수업과 같은게 아니었다는 걸 부모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가정교육은 부모의 생활 그 자체다. 부모가 말하는 걸 흡수하고, 행동을 따라 한다. 우주는 요즘 먹은 (하루의) 분유통을 싱크대에 밀어 넣는다. 엄마의 여행 가방을 낑낑 들고 와 "아빠 빠빠" 하고 집을 나가는 시늉을 한다. 그런 아이의 행동과 언어에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그 끝맛에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겠구나. 나도 모르게 하는 잘못들을 경계해야겠구나. 나의 습관들을 돌아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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